아티클
안쪽에 비스듬한 통로와 작은 방이 보이는 피라미드 단면, 통로를 따라 점선 경로가 방까지 이어지는 그림

영상읽는 시간 약 6분글쓴이 브랜다이브 Lab

AI에게 피라미드를 그리게 하고 남긴 기준 여섯 가지

개인 영상에 넣을 20초 모션그래픽을 Claude, Codex, EffectCraft, VectorCraft로 만들며 직접 정하고 되돌린 것을 적었습니다.

무엇을 만들려고 했나요?

개인 영상 작업에 넣을 20초 길이의 모션그래픽(움직이는 그래픽 영상)입니다. 쿠푸왕 대피라미드 안으로 들어가 본 이야기를 하는 대목인데, 편집본에는 이 자리에 세로 사진 여러 장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다시 보니 지루했고 피라미드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내레이션(영상에 깔리는 말) 길이에 맞춰 내부 구조를 보여 주는 그래픽으로 바꿔 보기로 했습니다.

완성한 20초 모션그래픽입니다. 소리 없이 반복됩니다.

AI에게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직접 정했나요?

Claude에게는 컷 표(장면마다 시간, 들리는 말, 화면을 적은 표)와 밑그림, 수치 확인, 조립, 렌더(최종 영상 파일로 뽑는 일)를 맡겼습니다. 그림은 OpenAI의 코딩 에이전트인 Codex에 이미지 생성을 시켰고 합성과 움직임은 EffectCraft, 선과 도형은 VectorCraft로 만들었습니다. 두 도구는 깃허브에 공개된 프로그램이고 AI가 명령으로 직접 다룰 수 있는 연결 방식(MCP)을 지원합니다.

제 몫은 방향을 정하고 결과를 볼 때마다 판단하는 일이었습니다. 이 그림체로 갈지, 이 농담을 남길지, 이 장면이 앞뒤 영상과 어울리는지를 정했습니다.

해 봤더니 어떻게 됐나요?

같은 영상의 지도 장면에서 3D 지형을 먼저 시켜 봤습니다. 3D 지도 위에서 강을 따라 구불구불 움직이는 이동 표시는 애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았고 땅에 붙어 낮게 훑는 카메라는 너무 입체적이어서 징그러웠습니다. 결국 평면 종이 지도로 돌아갔습니다. 그래서 피라미드는 처음부터 평면 그림에 약한 움직임만 주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방향은 세 번 접었습니다. 옛 판화풍 단면도 위에 직접 찍은 사진과 메모를 얹은 첫 안은 발표 자료처럼 보였습니다. 입체 단면과 게임 지도처럼 꾸민 안은 따분한 교육 방송 같았습니다. 스레드에서 본 영상 한 편을 Claude에게 보여 주고 네 가지 색과 광원 하나로 장면을 만드는 영화 같은 방식으로 다시 짰습니다. 이번에는 그림을 그리기 전에 컷 표만 먼저 받았습니다.

Claude가 장면을 도형으로 직접 그렸을 때는 정말 도형처럼 보였습니다. 그 뒤로는 도형 그림을 구도만 알려 주는 밑그림으로 쓰고 그림 자체는 Codex에 맡겼습니다. 이렇게 나눈 뒤에 나온 장면들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람만은 여전히 체스 말 같은 도형이어서 관광객의 체형과 옷차림을 구체적으로 적어 다시 그리게 했습니다.

Claude가 도형으로 그린 밑그림. 피라미드 입구 계단에 사람들이 검은 체스 말 같은 도형으로 서 있다밑그림 · Claude
같은 구도로 Codex가 그린 그림. 돌벽 입구 계단에 관광객들이 옷차림이 보이게 서 있다그림 · Codex
Claude가 도형으로 그린 석관 방 밑그림. 빛줄기가 빈 석관을 비춘다밑그림 · Claude
같은 구도로 Codex가 그린 석관 방. 돌 질감과 빛줄기가 살아 있다그림 · Codex
왼쪽은 Claude가 도형으로 그린 밑그림, 오른쪽은 그 구도를 받아 Codex가 그린 그림입니다. 사람은 처음에 체스 말처럼 나왔습니다.

밤 장면도 예뻤지만 앞뒤에 붙는 실제 영상은 한낮이었습니다. 혼자 보면 좋아도 영상 사이에 끼우면 붕 뜰 것 같았습니다. 바깥 장면을 아침으로 다시 그리게 하면서 앞뒤 영상의 한 장면을 색 참고로 같이 줬습니다. 연결 확인 시트에서 앞 영상의 밝기는 153, 아침으로 바꾼 첫 컷은 151이었습니다.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가는 컷부터는 밝기를 22에서 48 사이로 낮췄습니다.

Claude가 그린 밤 장면 밑그림. 달이 뜬 어두운 하늘 아래 피라미드밑그림 · Claude
아침 햇빛으로 다시 그린 피라미드. 옅은 파란 하늘 아래 밝은 돌 면그림 · Codex
밤 밑그림과, 앞뒤 실제 영상의 한낮 밝기에 맞춰 다시 그린 아침 장면입니다.

첫 렌더는 멈춘 그림을 넘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림을 바탕, 사람, 캐릭터 같은 층으로 나눠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게 했습니다. 그다음에는 그림이 말보다 2.3~4.3초 늦게 나왔습니다. 원래 속도 음성을 받아쓴 시각을 그대로 썼는데, 편집본에는 빠르게 돌린 음성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말이 쉬는 지점 13곳을 기준으로 시각을 다시 맞췄습니다.

가장 크게 되돌린 건 동전 장면입니다. 석관 속에 캐릭터가 동전을 떨어뜨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따로 돈을 내고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농담으로 보여 주려고 Claude가 스스로 넣은 것이었습니다. 보는 사람은 캐릭터가 한 일을 보고 제가 정말 석관에 돈을 던졌다고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진짜 돈 넣을 수 있는 거 맞아?"라고 묻고 나서야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니라 Claude가 지어 넣은 장면이라는 게 드러났습니다. 동전과 동전 소리를 모두 뺐습니다. 대신 빈 석관은 1890년대 공개 사진으로 보여 주고, 화면을 어둡게 누른 뒤 직접 찍은 석관 사진을 작은 창으로 띄웠습니다. 설명용 손글씨 자막도 붙여 봤지만 오해만 살 것 같아 뺐습니다.

수치도 다시 확인했습니다. 처음 높이 약 146미터, 돌 약 230만 개(추정)는 위키백과로, 석관이 방 서쪽 끝에 있다는 건 1841년 조사 기록으로 맞췄습니다. 브리태니커는 접속이 막혀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출처에서 뺐습니다. 관광객이 드나드는 굴을 누가 뚫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학자들이 의심한다고 해서 쓰지 않았습니다.

나머지는 작은 수정이었습니다. 0.1초 동안 스치는 컷이 거슬려서 없앴고 사진 창의 진한 테두리는 얇고 반투명한 테두리로 바꿨습니다. 사진 뒤 화면을 어둡게 누르는 정도는 68에서 86으로 올렸습니다. 열 번째 판에서 일곱 컷, 19.94초로 확정했습니다. 이 구간 바로 뒤에는 직접 찍은 사진을 살짝 과장한 짧은 농담 장면을 붙였는데, 보면서 정말 재밌었던 장면입니다. 동전과 달리 실제로 있었던 장면을 부풀린 것이라 오해할 거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기준을 남겼나요?

  1. 구도는 제가 밑그림으로 정하고 그림은 이미지 모델에 맡기며 글자는 마지막에 얹습니다. 코드로 그린 장면은 도형 티가 났고 이미지 모델은 밑그림을 주면 위치를 꽤 지켰습니다. 글자는 서체를 나중에 고를 수 있게 그림과 떼어 둡니다.

  2. 박자는 영상에 실제로 들어갈 음성 파일로 잽니다. 받아쓰기에 쓴 원본과 편집본의 속도가 달라 몇 초씩 어긋났습니다.

  3. 한 컷이 얼마나 좋은지보다 앞뒤 장면과 이어지는지를 먼저 봅니다. 혼자 볼 때 예쁜 밤 장면도 한낮 영상 사이에 넣으면 붕 뜰 수 있었습니다.

  4. AI가 채워 넣은 사실과 농담은 확인하기 전에는 쓰지 않습니다. 동전 장면처럼 그럴듯한 재미가 없던 일을 만들어 냅니다.

  5. 화면 글자와 설명 자막은 줄이는 쪽으로 판단합니다. 설명을 붙일수록 화면이 지저분해지고 오해할 거리가 늘었습니다.

  6. 멈춘 그림처럼 보이면 층을 나눠 움직입니다. 그림이 좋아도 정지 화면 같으면 영상에서는 사진 넘기기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무엇을 해 볼까요?

이번 순서와 기준은 작업 문서로 묶어 두었고, 앞으로 만들 모션그래픽은 이 방식에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숫자나 지도처럼 정보를 읽게 해야 하는 장면에는 이 방식이 맞지 않는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다음에는 그런 장면에서 어떤 기준이 새로 생기는지 기록해 보겠습니다.